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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에 있는 프라이팬과 믹서기로 원두를 볶아 커피를 만들었다.

28cm짜리 프라이팬과 2만원 정도 했던 10여년전 소형 믹서기를 사용했다. 믹서기의 일반 칼날로는 제대로 갈리지 않았는데 찬장을 뒤져보니 마른재료용 칼날이 따로 있어서 그것을 사용했더니 잘 갈렸다.

1. 생원두 구입

생원두를 구입했다. 500그람에 6,000~8,000원 정도로 배송까지 가능했다.

여러 종류가 있어 각각의 설명을 읽어봤는데 쵸콜릿 향처럼 뭔가 커피에서는 느껴지지 않았으면 싶은 맛인지, 향인지가 설명되고 있는 것들을 제하다보니까 결국 두세종류만 남았고 그 중 한 개를 구입했다.

 

2. 장판 밑 악취가…

뭔가 좋은 향을 기대하며 생원두가 가득한 봉투를 열었는데 어후…

방바닥 장판 밑이 젖은 상태에서 보일러를 틀다가 장판을 젖히면 나는 그 냄새… 비슷한 냄새가 나서 깜짝 놀랬다.

 

3. 화력을 조절하며 후라이팬에 볶기

후라이팬에 볶았다. 과학적으로 초까지 계산하고 그러지는 않았다.

눈으로 봐 가면서 볶았는데 탄 듯 검게 볶은 커피 맛은 다른 신선한 맛을 너무 가리는 것 같아 적당한 갈색의 먹음직한 색이 나올 때까지 볶은게 처음이었다.

안타깝게도 생원두 상태의 맛이 가득했다. 신 맛으로 가득했다.

 

더 볶았다. 진한 갈색까지 볶고 마셨는데 신 맛은 많이 줄어들었고 다른 커피 맛들이 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덜 볶은 맛이었다.

 

결국 탄 듯한 색까지 볶은 후에야 비로소 커피다운 맛이 났다.

 

볶기 전에 유튜브 영상을 꽤 많이 봤다. 불 세기가 중요했다. 약불로만 볶으면 타닥타닥 거리며 터지는 소리가 덜 났고 어느 시점이 되면 적당한 세기에서 중불 정도로 높여 줘야 타닥거리며 터지는 소리가 적당하게 들렸다.

처음에는 약간 어설프게 볶았는데 두 번째부터는 느낌으로 불세기를 조절해가며 볶기 시작했다.

 

4. 볶은 다음 날이 맛있다.

볶자마자 믹서기에 갈아 드립으로 커피를 마셨을 때는 신선한 맛만 느껴졌고 뭔가 부족한 맛이 채워지지를 않았다. 텅 빈 느낌?

그런데 다음 날에 마셨을 때 깜짝 놀랬다.

와! 하는 소리가 절로 났다.

그 빈 공간의 부족했던 무언가가 채워져 있었다.

맛의 정점은 그 후로 대략 3일 정도 간 것 같다.

따라서 생원두를 후라이팬에서 볶았다면 볶고 나서 2~5일 중에 마실 때 가장 좋은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.

 

5. 생각보다 재밌고 번거롭지 않다.

팟캐스트를 틀어놓고 볶았다. 정확한 시간과 불세기 조절이 쉽지 않아 매번 감에 크게 의존해야 할 것 같다. 맛도 매번 달라질 수 밖에 없을 듯 싶다.

그러나 한 번 볶으면 일주일은 마시고 뒷처리도 생각만큼 힘들지 않기 때문에 몇 달에 한두번은 이렇게 볶아 마셔도 괜찮을 듯 싶다.

 

6. 믹스커피처럼 마시려면 흑설탕을!

커피를 적은 물에 오래 담가 진하게 불려내고 여기에 적당히 뜨거운 우유로 채우고 흑설탕을 넣으면 믹스커피보다 더 부드럽고 맛과 향은 훨씬 좋다.

 

7. 상태가 좋지 않은 원두가 많다면 조금은 골라내도 될 듯

원두가 부서지고 갈라진게 꽤 있다. 이런건 골라내야 맛이 좋다고 해서 시작했다가 그만뒀다. 너무 많았다.

그래도 맛은 괜찮았으니 너무 심해서 눈에 잘 띄는 것들만 골라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.